단독주택을 계획하면서 건축가와 건축주의 호흡은 중요하다. 특히 디자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때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리고 전문성을 가진 건축주의 조언과 실제로 공간에서 살게 될 건축주의 소망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러한 관계의 균형은 프로젝트의 규모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나 고려할 부분이다. 그래서 이번 기사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디자인 호흡이 돋보이는 집을 소개한다.
일본의 AI 건축아틀리에에서 디자인한 주택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건축주의 디자인 아이디어도 가득하다. 실제로 집에서 살게 될 부부가 해외에서 구매한 소품과 요소로 실내공간을 꾸몄다. 전기 스위치, 콘센트, 조명, 수도꼭지부터 독특한 창호에 이르기까지 작은 부분도 건축주가 세심하게 신경 쓴 집이다. 물론 단정하고 차분한 외관과 적절한 규모는 부담스럽지 않은 인상을 남겨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럼 사진과 함께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차례다.
오늘의 집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공간은 북쪽 외관이다. 일본 미야자키 현의 한가로운 전원풍경 속에 지은 주택은 외벽을 진한 회색으로 마감해 깔끔한 맛을 살렸다. 그리고 주택의 규모를 단층으로 계획하고, 별다른 장식 없이 외관을 꾸며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모습이다. 길게 처마를 내밀어 꾸민 테라스에서는 가족이 함께 모여 여유를 즐기고 휴식을 취한다. 크고 작은 개구부는 독특한 분위기와 리듬감을 부여하며 재미를 더한다.
흔히 사람들이 남향집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해가 높게 뜨는 여름에는 빛이 적게 들어 시원하고, 낮게 뜨는 겨울에는 오랫동안 빛이 집 안에 머물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의 집은 남쪽에 커다란 개구부를 만들어 빛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테라스를 꾸며 마당과 건물 사이의 영역에 절충 공간을 만들었다. 마당에서 노는 자녀를 바라보기에도 좋고, 처마 아래에서 가족이 야외 식사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늘의 집은 서쪽으로 현관을 냈다. 앞서 살펴본 두 테라스와 북쪽 면에서 부분적으로 입면을 밀어 넣어 깊은 공간감을 연출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현관을 꾸몄다. 짙은 색조의 외벽은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공간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현관 앞의 기단은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 아이디어도 좋다. 그리고 현관 주변에 나무를 심어 다른 이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한다. 문손잡이와 창문은 건축주가 직접 준비하고 계획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번에는 발걸음을 옮겨 내부공간을 확인할 차례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집에서는 틈과 모서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지혜가 중요하다. 특히 오늘의 사례는 집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현관에서 틈새 공간 활용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우선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마련하고, 대부분 창호와 가구를 나무로 제작해 자연스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북돋는다. 그리고 벽에는 홈을 파내 소품이나 장식을 올려놓는 공간을 꾸몄다. 사진 속 공간 오른쪽에는 가족의 생활공간으로 이어지는 문이 보인다.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 거실, 주방, 다이닝 룸은 남쪽의 테라스를 향해 배치했다. 바닥은 원목 마루를 시공해 은은하고 향긋한 나무 향기가 언제나 방 안에 가득하다. 물론 시각적으로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 속 초록색 펜던트 조명은 건축주가 직접 준비한 제품으로, 푸근한 느낌을 내면서 식사 및 요리 공간을 환하게 밝힌다. 새로 지은 주택이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를 배치하거나 골동품을 활용해 공간을 꾸민다면 자연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초록색 펜던트 조명을 설치한 식사 영역 앞에는 작은 조리대를 배치해 주방을 꾸몄다. 개방적인 주방 배치 덕분에 요리한 음식을 재빨리 식탁으로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방적인 생활공간은 주택의 실내를 더욱 넓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 장점이다. 조리대 옆은 거실로 이어지고, 그 앞에는 커다란 미닫이문을 설치했다. 그리고 미닫이문 프레임은 전통건축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적용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필요한 상황에 맞춰 문을 여닫아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자녀의 공간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방을 꾸민 점이 돋보인다. 원목 마루는 다른 공간과 연속성과 통일감을 준다. 그리고 붙박이 가구와 사다리로 복층 형식의 아이 방을 구성했다. 작고 좁은 공간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방을 완성하는 디자인 아이디어가 좋다.
그럼 오늘의 집처럼 작은 아이디어가 모여 아름다운 전체를 완성하는 한국의 주택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