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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을 위한 집이라면 상관없지만, 모름지기 좋은 집이란 온 가족의 삶을 담아내야 한다. 게다가 여러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는 집에서는 어린 자녀의 관점, 연로한 부모님의 신체 그리고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자신의 생활방식 등 다양한 시각에서 디자인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택 디자인에는 저마다 다른 개성과 취향을 한 번에 표현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집은 자신만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칠레의 건축사무소 AtelierStudio는 모든 가족 구성원의 다른 삶을 담아내고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이번 기사에서 다루는 주택은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바탕으로 나무, 돌, 콘크리트 등 다채로운 재료로 온 가족의 소망을 반영했다. 또한, 주택 시공 전 미래의 집을 시각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며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조금 낯선 나라로 떠나는 여행이지만, 한국의 단독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아이디어가 가득할 것이다.
한적하고 고요한 전원 풍경 속에 지은 오늘의 집은 다양한 재료로 마감한 외벽이 눈길을 끈다. 상자를 여러 개 모은 듯한 주택의 형태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재료로 외벽을 마감했다. 먼저 오른쪽과 왼쪽에 가장 돌출된 상자의 외벽은 목제 외벽 널을 붙이고, 그 뒤로 석제 타일과 흰색 스투코를 시공했다. 밝은 기운의 스투코 마감과 검은 타일이 흑백의 깔끔한 디자인 감성을 강조하고, 목제 외벽 널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린다.
발걸음을 옮겨 오늘의 집 후면 디자인을 확인해 보자. 앞서 살펴본 목제 외벽 널은 자연스럽게 후면까지 이어지고, 흰색으로 마감한 외벽은 공중에 뜬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커다란 개구부를 내 뒷마당과 건물의 내부공간을 연결한다. 가족의 생활방식과 야외활동을 고려한 설계다. 또한, 기후와 날씨에 맞춰 잔디를 심지 않고 자갈로 바닥을 마감한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다시 전면에서 바라본 주택의 주 출입구는 무척 견고한 인상이다. 여기에 그저 커다란 개구부만 있었더라면 쉽게 지루했을 터다. 대신 크고 작은 개구부를 각기 다른 위치에 내 다양한 건물의 얼굴을 만든다. 이와 더불어 모서리에도 창을 낸 모습이다. 그리고 외벽 널이 만나는 모서리를 꼼꼼하게 마감했다.
오늘의 집은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외벽에 돌출된 빗물홈통 디자인은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흰색 스투코로 마감한 벽과 목제 외벽 널로 마무리한 벽에는 철제 빗물홈통이 나와 있다. 대부분 주택에서는 이를 파이프로 홈통을 바닥까지 연결할 때가 잦다. 하지만 오늘의 집은 일정한 길이로 빗물홈통을 내밀어, 빗물이 폭포처럼 떨어지도록 설치했다. 평지붕으로 마감한 모던 단독주택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건물의 형태를 시각화하는 방법을 알아볼 차례다. 사진은 이른바 등각 투상도(Axonometric)라 일컫는 도법이다. 등각 투상도란 건물의 X, Y, Z 축을 같은 각도로 설정하고, 원근법을 배제하고 정확한 치수에 맞춰 그리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도법은 건물의 정면, 측면, 지붕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유용하다. 등각 투상도 속 오늘의 집은 상자 형태로 계획한 건물의 구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등각 투상도는 실제 건축 분야에서 자주 활용하는 시각화 기법이다. 그러나 등각 투상도 속 건물을 확인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조감도와 같이 높은 시점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점이다. 조감도(鳥瞰圖)는 말 그대로 새가 내려다본 시점에서 그린 그림이다. 그러므로 땅 위 사람의 시각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각 선의 길이가 원근법을 배제하고 같게 표시된다. 그래서 실제 공간을 왜곡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등각 투상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더욱 현실적인 건물의 모습을 구현하는 방법은 3D 렌더링이다. 컴퓨터로 만들어낸 사진 속 건물의 모습은 위에서 살펴본 현실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건물의 완공 후를 미리 가늠하고, 큰 비용 없이 건물의 형태와 재료를 실험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건물의 주변 맥락을 더욱 정확하게 구현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래픽 이미지 확인한 건물의 정면은 처음 초기 단계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먼저 정면 마당에는 자갈 대신 잔디를 깔고, 진입부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구분할 계획이었다. 또한, 진입부의 바닥 마감으로 동선을 유도하는 디자인을 고려했다. 물론 실제 건물은 처음 구상한 이미지와 다르게 시공했지만, 초기 진입부 계획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집은 다채로운 재료와 형태로 다양한 공간감을 가미한 단독주택으로,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모든 이의 개성과 취향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둔 집이다. 만약 자신이 드림 하우스를 준비하는 중이라면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모아보자. 그리고 계획 단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의 집을 살펴보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